몇년전부터였나,
종교와 신앙이라는건 뭔지
그 자체에 대한 회의가 들기 시작했었다
천주교, 혹은 기독교인들의 말대로 천국이 있고
그곳에는 예수님과 하느님과 착한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행복하게 사는 곳이라면,
불교라든지 이슬람교라든지,
다른 종교를 열심히 믿는 사람들의 내세는
어떻게 되는건가 궁금하기도 했고
이 세계는 하나인데,
내세는 종교에 따라 여러갈래로 나뉘어버리는건가,
라는 의문도 들었었다
결국 신이라는 존재가 있고 내세라는게 있다면
어느 종교를 믿건, 혹은 종교를 믿지않더라도,
그 내세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와야하는것이 아닌가 싶었다
내세라는것 자체가
인간이 영원히 살고 싶은 욕망에서
나온 개념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오늘은
내 신앙심이 바닥을 보이고 있건,
다시 살아나고 있건간에 성당에 가야할것만 같았다
너무나 빨리 떠나버린 그 아이를 잘 보살펴 달라고,
항상 웃게 해달라고, 언젠가는 꼭 만나게 해달라고-
그렇게 빌어야 할 것 같았다, 1년에 한번이라도.
그러니까, 나는
뭔가 이성적으로는 비과학적인,
-그러나 세계의 엄청난 인구가 믿고 있는-
종교라는 것에 대해 반신반의 하면서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어쩔 수 없이 의지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내세라는 것도, 결국은 바라고 있었던거다
그래야 '사라진다'는 것에 대한
슬픔과 아쉬움과 고통이 덜할테니,
이 세상에서 사랑했던 모든 사람들과의 안녕이,
영원한 이별이 되지 않을 수 있을테니,
그런마음의 오늘은,
기도할 수 밖에 없었고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고
조용히 그리워 할 수 밖에 없었다
언젠가 만날 수 있을거야,
하는 작은 희망을 품고서-
그래도 되는 날이었고,
그래야 하는 날이었다
성당가는 길,
겨울을 싣고 떠나는 바람에
내 슬픔도 함께 날려버렸다
그리고,
웃으며 성당을 나왔다
이젠 웃으며
그 삶의 몫까지 내가 살아야겠다고,
십오년전의 다짐을 다시 한번 했다
그래서 그 아이를, 그 아이의 삶을 사랑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내가 다 보답해줄거라고-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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